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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카테고리 없음 2007. 12. 17. 21:21
또 비유하여 이르시되 새 옷에서 한 조각을 찢어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옷을 찢을 뿐이요 또 새 옷에서 찢은 조각이 낡은 것에 합하지 아니하리라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가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되리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할것이니라 묵은 포도주를 마시고 새 것을 원하는 자가 없나니 이는 묵은 것이 좋다 함이니라 (눅 5:36-39)


전에 인도에서 만난 한국인 간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대학사역이 시도 중인 새로운 모임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 간사는 이 모임이 활성화한다면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모임 자체는 좋은 아이디어 같았지만, 한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1학년때부터 매우 바쁘게 산다. 그런데 기존의 모임에다가 새로운 모임을 추가한다면, 참석해야 하는 모임이 두 배로 늘어난다. 따라서 새로운 모임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학생도 기존의 모임까지 나오기가 부담스러워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새로운 모임을 진정으로 활성화 하려면 기존의 모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과격하게 들릴찌 모르지만, 기존의 모든 조직을 그대로 놔두고 또 하나의 모임을 덧붙인다고 사역이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새술(새로운 모임)을 낡은 부대(옛조직)에 담으려는 노력일 뿐이죠. 새술을 원한다면, 과감하게 낡은 부대를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사회가 바뀌면 사역도 바뀌어야 한다는 진리를 발견한 것은 사역 현장의 경험을 통해서였습니다. 2001년 한국을 떠나면서, YWAM의 정식 파송 선교사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유럽을 선교지로 인정하지 않는 파송규정상 '선교사'가 되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새로운 사역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정식 파송선교사였다면 선교지에 나간 후 몇년 간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1년에 얼마 이상은 한국에 머물지 못하는 등 규정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많았겠죠. 하지만 21세기의 사역 현실은 6개월 배타고 선교지로 떠나가던 19세기의 현실과는 너무 다릅니다. 이제는 교통, 통신의 발달로 인해 어디에 거주하는지가 그렇리 중요하지 않죠.

제가 지금 함께 사역하고 있는 SMC를 봐도, 2003년의 예를 들자면 John Henry는 6월에 혼자 FMI과 함께 인도네시아, 동티모르로 왔다가 돌아가 가족을 데리고 다시 홍콩, 싱가포르, 인도를 거쳐 다시 미국에 갔다가 유럽을 거쳐 인도에 가서 SUM을 인도하였습니다. 같은 기간에 John Hwang은 가족과 함께 6월부터 인도네시아, 동티모르를 거쳐 태국, 싱가포르, 미국, 에쿠아도르, 브라질, 미국을 거쳐 인도로 와서 SUM 간사로 섬겼습니다. 저도 그해 6월 이후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한국, 싱가포르, 한국, 중국, 한국, 인도의 순으로 여행을 했습니다. 이렇게 다들 전세계를 여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의 "선교사는 특정한 나라를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규정은 지킬 수도 없고 필요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새 포도주와 새 부대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묵은 포도주를 마시고 새 것을 원하는 자가 없나니 이는 묵은 것이 좋다 함이니라' 하긴 누구나 오래된 포도주가 새 포도주보다 비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새로운 포도주 같은 존재였고, 예수님이 제자로 부른 자들도 새로운 포도주와 같은 자들입니다. 새 포도주는 쓰고, 떫고, 신 맛이 가시지 않은, 미숙한 술이지요. 그에 비해 오래된 포도주는 달고, 부드럽고, 향기롭습니다. 그래서 묵은 포도주에 맛을 들이면 아무도 새 포도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예수님은 말하십니다. 사역도 다들 오래된 사역을 좋아합니다. 사역의 know-how가 쌓이고, 조직도 잘 갖추어지고, 재정도 풍부한... 그러나 예수님은 새 포도주의 끓어오르는 젊음 앞에서 낡은 가죽 부대는 터지고 말것이라고 예언하셨습니다. 오직 새 포도주 만큼이나 신축성 있는 새 가죽부대만이 새 포도주를 감당해 낼 수 있는 것이지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역은 새로운 조직을 요구합니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조직, 그러한 조직을 창조할 것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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