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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과 에서

카테고리 없음 2008. 3. 2. 18:53
사람들은 야곱에 대해 생각할 때 "사기꾼"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는 아버지를 속여 형의 축복을 뺏은 인물로 유명하고, 따라서 각종 술수에 능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하지만 이는 성경이 말하는 야곱의 모습과는 매우 다릅니다. 성경은 야곱에 대해 "조용한 사람" (창 25:27 개정개역)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이익에 밝은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장막에 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사기꾼의 모습과는 매우 다릅니다.

야곱은 장막에 거하며 아버지가 들려주는 가문의 전통에 대해 들었을 것입니다. 이삭은 그에게 하나님이 갈데아 땅에 살던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서 큰 민족을 만드실 것을 약속하셨고, 아브라함에게 이스마엘이 있었지만 약속을 타고난 자신이 하나님의 백성이 될 특권을 얻었다는 사실에 대해 설명했을 것입니다.

야곱은 이삭의 설명을 듣고 생각에 잠겼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특권은 아브라함에서 이삭으로, 그리고 장자인 에서형에게 이어지겠구나.' 그는 생각했겠죠.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특권을 누리기 원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에서의 하나님"이 아닌 "아브라함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으로 부르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 몇 분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형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자신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가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기회가 옵니다. 그 기회는 그들이 살던 지역에 기근이 든 것이죠 (창 26:1). 에서는 들에서 사냥을 하다가 기근 때문에 사냥감을 찾지 못하고 허기져 돌아옵니다. 야곱은 장막에 거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남은 식량이 어디있는지 알았고, 이 식량으로 죽을 만듭니다. 시장했던 에서는 야곱의 팥죽을 보더니 "나에게 달라"고 요구합니다. 야곱은 "그러면 대신 장자의 명분을 나에게 달라"고 말합니다. 에서는 "배고파 죽겠는데 장자의 명분이 무슨 소용 있겠냐"며 순수히 거래에 응합니다. 이로 인해 야곱은 장자의 명분을 얻고 에서는 죽 한 그릇을 얻습니다. 성경은 "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서 갔으니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경홀히 여김이었더라"고 말합니다 (창 25:34).

에서는 자신이 하나님의 백성이 될 특권을 타고 났지만, 이러한 귀중한 특권을 팥죽 한그릇에 팔아 버리고도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그가 철저하게 육신의 생각을 따라 산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육에 속한 사람은 영적인 일의 가치를 모릅니다. 이런 사람은 기도, 묵상, 하나님과 나누는 교제, 성도간의 교제, 섬김, 전도 등의 가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배고파 죽겠는데 영적인 활동이 무슨 소용 있겠냐"며 육신의 쾌락만을 추구하고 영적인 유산을 팔아버리지요. 성경은 우리가 이러한 삶을 살지 않도록 "혹 한 그릇 식물을 위하여 장자의 명분을 판 에서와 같이 망령된 자가 있을까 두려워하라"고 경고합니다 (히 12:16).

영적인 유산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많은 경우에 이러한 유산은 육신의 쾌락을 포기하는 댓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야곱이 선택한 길이었죠. 그에 비해 육신의 쾌락을 선택한다면 영적인 유산은 잃기 마련입니다. 이는 에서의 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 (롬 9:13)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야곱처럼 육신의 쾌락을 포기하고 영적인 유산을 추구할 때, 하나님은 우리의 희생을 기쁘게 받으십니다. 그에 비해 육신의 쾌락을 위해 영적인 유산을 포기한다면, 우리의 삶은 하나님께 기쁨을 드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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