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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과 자본주의

카테고리 없음 2007. 12. 24. 12:31
저는 이 블로그 외에도 세상을 바꾸는 블로그 (cimio.net)와 Vision & Logic (visionandlogic.net)
을 운영합니다. 이 블로그에는 광고를 달지 않았지만, 나머지 두 블로그에는 광고를 달았죠. 요즘 많은 블로그에 광고가 달렸지만, 저는 광고를 달면서 나름대로 대단한 고민을 하였습니다. 광고를 다는 것이 그리스도인에게 올바른 행동인가? 사람들이 보고 시험에 들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이 머리속에 떠올랐죠. 물론 한 달에 광고로 들어오는 수입은 고작 하루나 이틀 통역으로 버는 돈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재정적 의미는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드러내 놓고 돈벌이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대단히 부담스럽게 느껴졌죠.

그런데 저는 성경에서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았습니다. 바울은 장로들에게 봉급을 줄 것을 디모데에게 가르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경에 일렀으되 곡식을 밟아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라 하였고 또 일군이 그 삯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느니라 (딤전 5:18)

우리는 장로는 당연히 무보수 봉사직이라고 생각하지만, 바울은 장로도 열심히 일한다면, 당연히 월급을 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장로는 실제로 말씀을 가르치는 역할도 했다는 점에서 (딤전 5:17) 오늘날의 장로보다는 목사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죠. 즉, 그의 말은 "사역자는 사역의 댓가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뜻입니다.

제가 블로그에 광고를 단 이유도, 블로그 운영에 들어가는 노력의 댓가를 일부나마 돌려받기 원해서였습니다. 많은 사람은 "인터넷은 무조건 공짜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성경에 나온 원칙은 아닙니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댓가 지불이 성경의 원칙이지요. 물론 바울은 많은 교회에서 일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는 교회가 시험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만약 그가 교회를 세우자 마자 헌금을 거두어 떠난다면, 분명히 "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전도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의심을 살만한 환경이라면, 바울은 돈을 받지 않았을 뿐입니다.

제가 얼마 안되는 돈을 벌면서도 마음이 꺼림직했던 이유는, 돈에 관한 교회의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교회는 많은 헌금을 거두어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를 보입니다. 특히 사역자들 사이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많습니다. 물론 사역자가 본분을 잃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다면 잘못이지만, 노동을 해서 돈을 버는 것 자체는 바울도 했던 일이고 (행 18:3, 살후 3:8), 오히려 바울은 범죄 활동으로 살아가거나, 일하지 않고 노는 사람에게 떳떳한 직업 (honest job)을 가지도록 가르쳤습니다 (엡 4:28, 살후 3:11). 따라서 어떤 사람이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성경적으로 합당한 행동이지요.

하지만 이 말은 돈을 벌기 위해 미친듯이 일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탐욕을 근거로 하는 체제이고,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은 그냥 돈을 벌기 원하지 않고, 엄청나게 돈을 벌기 원합니다. 옛날에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는 "인간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여유만 있으면 그 이상의 재물은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 나왔기에 자본주의 정신과는 다릅니다. 자본주의 정신은 "많은 수록 좋다"입니다. 따라서 재산이 1천만 원인 사람은 1억을 가지도록 일해야 하고, 재산이 1억인 사람은 10억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자본주의 정신은 성경에서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 (딤전 6:10)라고 말했고, 감독이 될 사람은 "돈을 사랑치 아니하"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딤전 3:3). 예수님은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마 6:24)고 경고하셨고, 돈을 사랑하면서도 주님을 따르려는 젊은이에게는 "가서 네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 그리고 와서 나를 좇으라" (막 10:21)고 도전하셨습니다.

즉, 성경은 생계를 위한 노동은 격려하지만, 사치를 위한 노동은 경고합니다. 물론 어떠한 노동이 생계를 위한 노동이고, 어떠한 노동이 사치를 위한 노동인지는 자신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이미 돈이 많은데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또는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또는 허영심 때문에, 또는 돈이 너무 좋아서 밤낮으로 일한다면, 이는 하나님의 뜻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자본주의 정신과는 다른 정신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돈을 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지만, 돈을 사랑하기 때문에 일한다면,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자에 대한 성경의 경고 (마 19:23, 눅 12:21, 16:19-31, 약 1:9-10, 딤전 6:17)는 자본주의 사회속에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부자되세요" 같은 말이 얼마나 성경의 가르침과 어긋나는지 깨닫고, 하나님께 대해 부유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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