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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음을 품은 사역자

카테고리 없음 2007. 12. 21. 21:00
제가 10년간 YWAM에서 간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프랑스에서 DTS 간사로 섬기던 2003년입니다. 이 때 우리 전도여행팀에 한 미국인 학생이 있었는데, 그는 내게 매우 거친 말과 행동으로 대했고, 나는 내가 저지르지 않은 잘못에 대해 벌 받는 것 같아 매우 감정이 상했죠.

그가 나를 그렇게 미워한 이유는 내가 그의 아버지를 연상케 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감정적으로 매마른 목사님이었는데, 나이가 아주 많았을 때, 그를 낳았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중년이 되어 낳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찌 몰라 거리감을 두었고, 그는 버려졌다는 상처를 안고 자랐죠. 그리고 DTS에 와서 권위자인 나를 보니까 아버지에 대한 미움의 감정이 몰려와 나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지요.

저는 그 학생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따끔하게 꾸짖으면 정신을 차릴까. 나를 괴롭히지 말라고 마음을 터 놓고 부탁을 해볼까. 아니면 그런 사람이 없는 듯 무시해 버릴까... 그런데 하나님이 제게 "저 아이가 왜 네게 그렇게 행동하는지 아느냐?"라고 물으시더군요. 하나님은 "저 아이는 아버지로 부터 사랑을 못 받아 마음이 상하였고, 너라는 권위자를 만나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그는 내가 무조건 밉겠지만, 사실 그의 마음속은 아버지의 사랑을 향한 갈망이 너무도 크기에 뒤틀려진 행동을 하는 것이었죠.

그때 저는 사역에 있어서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올바르게 자라려면 사랑을 받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자라나면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부족하고, 그러한 사랑의 결핍은 누군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 전 까지는 인생의 가장 커다란 문제로 남기 마련입니다. 그러한 사람을 사랑해 주는 것이 바로 사역자의 역할이겠지요 특히 요즘처럼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세대에게는 더욱 부모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인간관계의 기본은 'give and take'였던 것 같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내게 잘 해주는 사람에겐 나도 잘해주고, 내 마음에 안드는 사람, 내게 상처주는 사람은 무시하고 멀리 했죠. 예전에는 그게 옳은 태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것은 성경이 말하는 '사랑'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특히 사역자가 사역의 대상자에게 사랑을 베풀 용의가 없다면, 이는 온전한 사역자의 태도가 아닐 것입니다. 마치 부모가 오래 참음으로 자식이 성년에 이르도록 도와주듯, 사역자라면 아비의 마음을 가져야 사역의 대상이 자라날 수 있겠죠.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향해 '스승은 많지만 아비는 여럿이 아니다. 너희 아비는 바로 나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전 4:15). 많은 교회를 세운 바울은 결국 그 교회들에 의해 다 버림 받고, 늘 외로움과 거절감과 싸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아비의 마음'을 잃지 않았고, 그렇기에 자신있게 '나는 너희의 아버지다'고 말할 수 있었죠. 제가 계산적인 태도로 학생들을 대한다면, 제 감정은 보호가 되고, 사역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배울 수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점에서 프랑스 DTS에서 겪은 힘든 경험은 하나님이 제게 아버지의 마음을 가르치시고자 특별히 준비한 귀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더욱 성숙한 마음을 품기 원합니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사역의 대상을 포용하고, 감싸주고, 그들이 성숙하도록 인내로 도와주는 자가 되기 원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일을 가능토록 은혜를 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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